어제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아아. 삼겹 굽듯이 소고기를 구워 먹은 게 아니고 진짜 스테이크 굽듯 구워 먹었다.
다들 집에 스테이크용 소고기 등심 하나쯤 있지 않나?
스테이크용 고기가 있다 보니 평소 먹는 고기가 아닌 진짜 스테이크처럼 먹어보고 싶단 생각에
유튭을 검색해서 내가 할 수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백종원, 고기남자, 육식맨.... 등등 수많은 유튭을 섭렵한 결과.
"이거 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도록 너무 쉽게 설명하고 재료도 대부분 집에 있는 걸로 했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전의 일은 어제...
먼저 고기에 소금과 후추, 기름으로 간을 하고 냉장고에 넣어놨다.
백종원 아저씨가 소금 간을 할 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하라고 해서
정말 "이래도 되나? 안 짜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금을 쳤다.
한 시간 정도 숙성하는 게 좋다고 해서 일단 냉장고에 넣어놓고
다음으로 한 건 스테이크용 소스를 만들었다.
양파, 물, 밀가루, 식용유, 굴소스, 식초(포도주), 케첩으로 만들었다.
아, 물론 양파 다지는 거나 각종 재료들 찾는 거는 대부분 어머니께서 해주셨고,
나는 그냥 재료 섞고 불에 휘젓는 걸 했다.
뭐 어쩌겠나.
어디에 뭐가 있는지 난 모르는 걸.
처음 도전해 본 소스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어머니도 좋다고 하셨다.
예쓰!!!
분위기가 좋다!!
소스 만드느라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 드디어 대망의 고기 굽는 시간이 다가왔다.
섭렵한 유튜버들이 똑같이 하는 말이 "고기를 센 불에 튀기듯 구워라. 그래야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였다.
그리고 서로 다른 말도 있었는데 누구는 "30초마다 한 번씩 고기를 뒤집어라" 또 누구는 "2분씩 뒤집어라"
또 누구는 "한 번만 뒤집어라."였다.
누구의 의견을 따를지는 일단 고기가 구워지는 상태를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른 후 드디어 두툼한 고기를 후라이팬 위에 올렸다.
치이이이이!!
튀겨지듯이 구워지는 고기를 보고 있노라니 군침이 돌면서 배가 요동을 쳤다.
30초는 너무 이른 거 같아 2분이 좀 넘었을 때 고기를 살짝 떠들러 봤다.
영상에는 탄 것 같은 마이야르 반응이 보였는데,
내 고기는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아 더 놔두기로 했다.
그때 어머니가 오셔서 '훈수'라는 끼어들기를 시전 했지만
이 스테이크는 오롯이 내 몫이고, 내가 져야 할 십자가라며 앉아계시라 했다.
한 5분 지났나 싶어서 고기를 뒤집었다.
"음......"
뭔가 좀 애매했다.
마이야르 반응인 듯 아닌 듯 거뭇거뭇한 표면이 군데군데 있었고,
나머지는 그냥 고기 튀긴 모습이었다.
센 불에 5분 넘게 튀겼음에도 이 정도면 무슨 문제 있나 싶었지만 어쩌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 밖에...
'아.. 주님.. 맛있는 스테이크 좀 먹게 해 주세요.. 아. 제발. 아 주님...'
육즙과 기름의 환장의 하모니로 인해 가스레인지 주변은 온통 기름 투성이었지만
지금 내 눈엔 마이야르 반응 외엔 보이지 않았다.
튀기기 시작한 지 10분이 넘었을 때 내부를 보고 싶어 고기 끄트머리를 잘라 보았다.
겉면은 잘 익은 듯 보였지만 가운데 부분은 아직 살코기 그대로.
"이게 레어인가?"
나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레어는 별로 안 좋아해서 조금 더 굽기로 했다.
왠지 실패한 거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7~8분을 더 굽고 고기를 꺼내 잘라 보았다.
확실히 조금 전과는 달리 미디엄 레어 정도로 보였다.
더 늦어지면 식사시간에 방해될까 봐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스테이크 굽기를 마쳤다.
그리고 살짝 맛을 보았다.
"우와!!!!"
나도 어머니도 먹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기름에 그렇게 오랫동안 튀기듯이 구웠는데도 맛이 엄청 짰다!!!!!!!!
아, 백종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넣으라며!!!!!"
결국 스테이크는 간장게장보다 더 훌륭한 밥도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나와 어머니는 수시로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잊지 말자!!!
남들이 쉽게 하는 건 그 사람들이 그만큼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백종원은 슈가보이이면서 솔트보이였다!!!!
그렇게 난 생전 처음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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